오늘 모실 분

'경제학의 아버지' · 시장을 도덕 위에 세운 스코틀랜드 계몽의 철학자

애덤 스미스 초상

1723 ~ 1790

오늘 저자와의 대화에 애덤 스미스를 모셨습니다. 반갑게 맞아 주세요. 흔히 '보이지 않는 손'과 자유시장의 사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그는 본래 글래스고 대학의 도덕철학 교수였고 첫 대표작은 경제서가 아니라 인간의 공감(sympathy)을 다룬 『도덕감정론』이었습니다. 그가 평생에 걸쳐 쓴 두 권의 책 — 『도덕감정론』과 『국부론』 — 은 사실 '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배려하며, 동시에 어떻게 함께 풍요로워지는가'를 묻는 하나의 기획이었지요. 일곱 개의 방을 따라 그가 살던 상업사회의 여명, 프랑스에서 만난 경제학자들, 그리고 자기 이익과 공감이 어떻게 한 사상 안에 공존하는지를 차근차근 둘러보며 그를 알아가 보세요.

여기서부터 일곱 개의 방이 이어집니다. 천천히 걸어 내려가면, 마지막 방에서 그분이 당신에게 묻습니다.

살던 시대

농업의 나라가 '상업 사회'로 바뀌던, 부(富)를 다시 묻던 한 세대

스코틀랜드 계몽주의 · 18세기 (상업사회의 여명과 산업혁명 전야)

애덤 스미스의 생애(1723–1790)는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와 통합(1707)된 뒤 급속히 상업화하던 시기였습니다. 글래스고는 담배·설탕 무역으로 번창했고, 도시로 사람이 몰리며 '상업 사회(commercial society)'가 태동했습니다. 스미스가 세상을 떠나던 무렵에는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개량과 함께 산업혁명이 막 시작되고 있었지요. 그는 낡은 농업·길드 경제가 새로운 시장경제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나라의 부(富)란 대체 무엇인가'를 근본에서 다시 물은 사람입니다.

사상적으로는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의 황금기였습니다. 에든버러와 글래스고에는 철학자 데이비드 흄, 스미스의 스승 프랜시스 허치슨, 사회학의 선구자 애덤 퍼거슨, 화학자 조지프 블랙 같은 이들이 모여 인간 본성과 사회를 경험적으로 탐구했습니다. 스미스의 경제학은 이 지적 공동체가 공유한 '인간 과학(science of man)'의 한 갈래였습니다.

당대 유럽의 지배적 경제 통념은 중상주의(mercantilism) — 나라의 부는 금·은의 축적이며 무역은 상대를 이겨야 하는 제로섬이라는 생각 — 였습니다. 스미스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케네·튀르고의 중농학파(重農學派)가 '부는 토지에서 나온다'고 주장하고 있었지요. 스미스는 1764년 프랑스 여행에서 이들과 직접 토론하며 자신의 경제학을 벼려 냈고, 그 결실인 『국부론』은 공교롭게도 미국 독립선언(1776)과 같은 해에 출간됩니다.

같은 시대를 살던 사람들

  • 데이비드 흄 (David Hume, 1711–1776)12살 위의 평생지기 철학자 — 스미스가 임종을 지킨 가장 가까운 벗. 사상적 동반자
  • 프랜시스 허치슨 (Francis Hutcheson, 1694–1746)글래스고 대학 은사 — '도덕감각(moral sense)'을 가르친, 스미스 공감 윤리학의 뿌리
  • 프랑수아 케네 (François Quesnay, 1694–1774)프랑스 중농학파 창시자 — 1766년 파리에서 교유. 스미스가 존경하되 비판적으로 넘어선 상대
  • 안-로베르 자크 튀르고 (Turgot, 1727–1781)프랑스 중농주의 경제학자·개혁 정치가 — 파리 체류 중 교류
  • 제임스 와트 (James Watt, 1736–1819)글래스고 대학의 증기기관 개량가 — 산업혁명을 연 동시대의 벗

살아오신 길

커콜디에서 글래스고로, 프랑스를 거쳐 다시 고향으로

애덤 스미스는 1723년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항구 마을 커콜디(Kirkcaldy)에서 태어났습니다(세례일 6월 16일). 세관 관리였던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기 몇 달 전 세상을 떠났고, 그는 홀어머니 마거릿 더글러스 밑에서 자란 유복자였습니다. 어머니와의 유대가 평생 각별했지요. 서너 살 무렵 집시에게 잠시 끌려갔다 되찾았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하는데, 사실 여부는 확실치 않으니 재미난 전설 정도로 들어 두세요.

1737년, 14세에 그는 글래스고 대학에 들어가 도덕철학 교수 프랜시스 허치슨에게 배웁니다. 스미스는 훗날 그를 "결코 잊을 수 없는 허치슨"이라 불렀습니다. 이어 1740년 스넬 장학생으로 옥스퍼드 밸리올 칼리지에 갔지만, 교수들이 가르치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 옥스퍼드의 지적 침체에 깊이 실망하고 6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이 대비는 훗날 『국부론』에서 '봉급만 받고 가르치지 않는 대학 교수'를 비판하는 대목의 씨앗이 됩니다.

1748년부터 에든버러에서 공개 강연을 하며 이름을 알렸고, 이 무렵 평생지기가 될 데이비드 흄을 만납니다. 1751년 글래스고 대학 논리학 교수, 이듬해 도덕철학 교수가 되었지요. 그리고 1759년, 첫 대표작 『도덕감정론』을 출간해 유럽에서 명성을 얻습니다. 이 책은 '인간은 어떻게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며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가'를 다룬 윤리학서입니다.

1764년, 스미스는 대학을 떠나 젊은 버클루 공작(Duke of Buccleuch)의 개인교사가 되어 프랑스를 여행합니다. 툴루즈·제네바·파리를 거치며 볼테르를 만나고, 중농학파의 케네·튀르고와 토론했습니다. 이 여행에서 그는 종신 연금을 받게 되었고, 무엇보다 『국부론』의 골격을 얻었습니다.

귀국 후 그는 고향 커콜디에 칩거해 10년 가까이 집필에 몰두했고, 1776년 3월 『국부론』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1778년 스코틀랜드 관세위원에 임명되어 어머니·사촌과 함께 에든버러 팬뮤어 하우스에 정착했고, 1787년 글래스고 대학 명예총장이 됩니다. 평생 결혼하지 않았고, 1790년 7월 향년 67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죽기 전 그는 미완성 원고 대부분을 불태우게 했습니다.

한 사람의 한평생

  1. 1723

    0

    출생 — 스코틀랜드 커콜디

    세관 관리였던 아버지가 출생 전 사망. 홀어머니 마거릿 더글러스 밑에서 자란 유복자.

  2. 1737

    14

    글래스고 대학 입학

    도덕철학 교수 프랜시스 허치슨에게 배움 — '결코 잊을 수 없는 허치슨'.

  3. 1740

    17

    옥스퍼드 밸리올 칼리지 유학

    스넬 장학생. 옥스퍼드의 지적 침체에 실망해 1746년 귀향.

  4. 1751–52

    28

    글래스고 대학 교수

    논리학 교수를 거쳐 이듬해 도덕철학 교수로. 가장 행복했다고 회고한 시기.

  5. 1759

    36

    『도덕감정론』 출간

    공감과 '공정한 관찰자'를 다룬 첫 대표작. 유럽에서 명성을 얻음.

  6. 1764–66

    41

    버클루 공작 개인교사·프랑스 여행

    볼테르를 만나고 중농학파 케네·튀르고와 토론. 종신 연금과 『국부론』 구상을 얻음.

  7. 1776

    53

    『국부론』 출간

    미국 독립선언, 그리고 벗 흄의 죽음과 같은 해. 근대 경제학의 출발점.

  8. 1778

    55

    스코틀랜드 관세위원 임명

    에든버러 팬뮤어 하우스에 정착. 아이러니하게도 관세 징수 행정을 맡음.

  9. 1784

    61

    어머니 마거릿 더글러스 별세

    평생을 함께한 어머니의 죽음. 스미스에게 큰 상실이었음.

  10. 1790

    67

    별세 — 에든버러

    죽기 전 미완성 원고 대부분을 소각케 함. 『도덕감정론』 6판(대폭 개정)이 마지막 저작.

사건 ①: 허치슨의 글래스고 vs 침체한 옥스퍼드 — 두 배움의 대비

14세의 스미스는 글래스고에서 허치슨으로부터 '인간에게는 옳고 그름을 느끼는 도덕감각이 있다'는 사상을 배웁니다. 반면 스넬 장학생으로 간 옥스퍼드는 교수들이 강의를 방기한 지적 사막이었습니다. 살아 있는 배움과 죽은 제도를 모두 겪은 이 대비가, 훗날 '유인(誘因)이 없으면 사람은 나태해진다'는 그의 인간 이해와 대학·공교육론의 뿌리가 됩니다.

사건 ②: 1764–66년 프랑스 여행 — 중농학파와의 만남이 『국부론』의 씨앗

버클루 공작의 가정교사로 프랑스를 여행하며 스미스는 케네·튀르고 등 중농학파와 직접 토론했습니다. 그는 '부는 토지에서만 나온다'는 그들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경제를 하나의 순환하는 체계로 보는 관점에서 큰 자극을 받습니다. 이 여행에서 얻은 종신 연금 덕에 그는 교수직을 떠나 10년간 『국부론』 집필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사건 ③: 1776년 — 세 사건이 겹친 해

『국부론』이 나온 1776년은 미국이 독립을 선언한 해이자, 스미스의 가장 가까운 벗 데이비드 흄이 세상을 떠난 해이기도 합니다. 스미스는 흄의 평온한 죽음을 편지로 증언해 신앙 없이도 의연히 죽을 수 있음을 보여 주었고, 이는 당대에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낡은 제국이 갈라지고 새로운 경제 질서가 활자화되던 바로 그 길목에 이 책이 놓입니다.

핵심 생각

공감 · 공정한 관찰자 · 보이지 않는 손 · 분업 · 자연적 자유

스미스를 '이기심 예찬론자'로 오해하면 그의 절반만 보는 것입니다. 그의 사상은 두 권의 책이 한 몸을 이룹니다. 『도덕감정론』은 인간이 본래 타인의 처지에 공감(sympathy)하는 존재이며, 내 안의 '공정한 관찰자(impartial spectator)'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규율한다고 봅니다. 『국부론』은 그 위에서, 사람들이 각자 자기 이익을 좇아 교환할 때 시장이 어떻게 모두를 풍요롭게 하는지를 밝힙니다.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은 이 도덕적 토대 — 정의(justice)의 규칙과 공감에 의해 규율된 자기애 — 위에서만 작동합니다. 스미스의 핵심 통찰은 분업(division of labour)이 국부의 원천이라는 것, 그리고 특권·독점을 걷어낸 자연적 자유(natural liberty)의 체계가 가장 잘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는 국방·사법·공교육 같은 일은 국가의 몫으로 분명히 남겨 두었습니다.

어려운 한자말이 나와도 겁내지 마세요. 뜻을 먼저 적어 두었습니다. 뜻만 알아도 충분합니다.

공감 (동감)

Sympathy · sympathy

타인의 처지에 상상으로 자신을 놓아 그 감정을 함께 느끼는 인간의 본성. 스미스 도덕철학의 출발점으로, 인간이 이기적으로만 보여도 실은 타인의 행복을 자기 일처럼 여기는 원리가 있다고 봅니다. 시장의 자기 이익은 이 도덕적 바탕 위에 놓여 있습니다.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이라 여겨질지라도, 그 본성에는 타인의 운명에 관심을 갖게 하는 원리가 분명히 있다 — 『도덕감정론』 서두

공정한 관찰자

The Impartial Spectator · impartial spectator

내 행동을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마음속에 자리한 이상적 심판관. 우리는 이 '가슴속의 위대한 재판관'의 시선을 통해 자기 이익을 절제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합니다. 스미스에게 양심이란 곧 이 공정한 관찰자의 목소리입니다.

보이지 않는 손

The Invisible Hand · invisible hand

각 개인이 오직 자기 이익만을 의도해 행동해도, 그 결과 의도치 않게 사회 전체의 이익이 증진되는 시장의 조정 원리. 단, 스미스는 이 표현을 평생 저작에서 단 세 번밖에 쓰지 않았고, 결코 '탐욕은 선'이라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정의의 규칙과 공정한 관찰자의 규율이 전제될 때에만 이 손은 제대로 작동합니다.

그는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의도하지만, 이 경우에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증진하게 된다 — 『국부론』 4편

분업

Division of Labour · division of labour

하나의 일을 여러 공정으로 나누어 각자가 전문화하면 생산력이 폭발적으로 커진다는 원리. 『국부론』은 이 분업을 국부의 첫째 원천으로 꼽으며 유명한 '핀 공장' 사례로 시작합니다. 다만 스미스는 분업이 노동자를 단순 반복에 가두어 '우둔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함께 경고했습니다.

한 사람이 하루에 핀 하나도 못 만들지만, 열여덟 공정으로 나누면 열 사람이 하루 4만 8천 개를 만든다 — 『국부론』 1편 1장

교환 성향 (푸줏간·양조장·빵집)

Propensity to truck, barter, and exchange · propensity to exchange

물건을 거래하고 교환하려는 성향은 인간에게 고유하며(개는 뼈다귀를 서로 교환하지 않습니다), 이 성향이 분업을 낳습니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하는 것은 상인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이 자기 이익을 돌보기 때문 — 즉 서로의 이익을 호소하는 교환이 사회를 굴러가게 합니다.

우리가 저녁을 기대하는 것은 푸줏간·양조장·빵집 주인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자기 이익에 대한 관심 덕분이다 — 『국부론』 1편 2장

자연가격과 가치의 역설

Natural Price · Paradox of Value · natural / market price

상품에는 쓸모(사용가치)와 교환력(교환가치)이 있는데, 물은 더없이 유용해도 값이 거의 없고 다이아몬드는 쓸모가 적어도 비쌉니다(물-다이아몬드의 역설). 스미스는 상품의 참된 가치척도를 그것을 얻는 데 드는 '노동'에서 찾았고, 수요·공급에 따라 오르내리는 시장가격이 결국 생산비인 '자연가격'으로 수렴한다고 보았습니다.

자연적 자유의 체계

System of Natural Liberty · natural liberty

정의의 법을 어기지 않는 한, 누구나 자기 방식으로 이익을 추구하도록 내버려 두는 질서. 스미스는 길드 특권·독점·중상주의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는 무정부가 아니라, 국가가 세 가지 의무 — ①국방 ②엄정한 사법 ③시장이 못 하는 공공사업·공교육 — 를 다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중상주의 비판 — 소비가 생산의 목적

Critique of Mercantilism · mercantile system

나라의 부는 쌓아 둔 금·은이 아니라 국민이 소비하는 재화와 서비스라고 스미스는 못박습니다. 그는 '소비야말로 모든 생산의 유일한 목적'이라며, 생산자(상인)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를 희생시키는 중상주의 보호무역·독점을 비판했습니다.

소비는 모든 생산의 유일한 목적이다. 생산자의 이익은 소비자의 이익을 증진하는 데 필요한 한에서만 고려되어야 한다 — 『국부론』 4편

남기신 글

두 권의 책, 하나의 기획 — 도덕과 경제

스미스가 남긴 대표작은 단 두 권입니다. 윤리학서 『도덕감정론』(1759)과 경제학서 『국부론』(1776). 오랫동안 사람들은 '공감을 말한 앞 책'과 '자기 이익을 말한 뒷 책'이 모순된다고 여겨 이를 "애덤 스미스 문제(Das Adam Smith Problem)"라 불렀지만, 오늘날 학계는 두 책을 하나의 인간·사회 이론의 두 축으로 봅니다. 도덕이 시장의 토대이고, 시장은 도덕의 무대라는 것이지요. 스미스는 죽기 전 미완성 원고 대부분을 불태우게 했고, 그가 강의한 『법학 강의』는 제자들의 필기로만 전합니다.

도덕감정론

1759 (생전 6판까지 개정)

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

스미스의 첫 대표작이자 그가 평생 손질한 윤리학서. 인간이 어떻게 타인에게 공감하고, 마음속 '공정한 관찰자'를 통해 스스로를 규율하며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지를 다룹니다. 마지막 6판(1790)에서 그는 부와 지위를 향한 맹목적 숭배가 도덕감정을 타락시킨다는 경고를 크게 보강했습니다.

국부론

1776 (전 5편)

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근대 경제학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저작. 분업(1편)에서 시작해 자본의 축적(2편), 국부 성장의 역사(3편), 중상주의·중농주의 비판(4편), 국가의 재정과 의무(5편)로 이어집니다. '보이지 않는 손'·자연가격·자유무역·과세의 4원칙이 모두 여기에서 나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표현은 이 방대한 책에서 단 한 번 등장합니다. 후대의 자유시장 이데올로기가 이 문구를 책의 중심 상징처럼 부풀린 것으로, 스미스 자신은 국방·사법·공교육 등 국가의 역할과 상인의 담합 위험도 함께 강조했습니다.

법학 강의 (사후 정리)

강의 1762–63 · 필기록으로 전함

Lectures on Jurisprudence

글래스고 대학에서 한 강의를 학생들이 필기해 남긴 기록. 정의·통치·경찰·재정·군비를 다루며, 여기서 논의된 사회발전 4단계론과 자유무역 사상이 『국부론』의 밑그림이 되었습니다. 스미스 본인이 출판한 책은 아닙니다.

스미스가 직접 쓴 저작이 아니라 제자의 필기록이므로, 그의 확정된 견해로 단정하기보다 사상의 형성 과정을 보여 주는 자료로 읽어야 합니다.

다시, 읽다

이분이 직접 쓴 문장입니다. 소리 내어 한 번 읽어 보세요 — 이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How selfish soever man may be supposed, there are evidently some principles in his nature, which interest him in the fortune of others.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인 존재로 여겨질지라도, 그 본성에는 분명 타인의 운명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행복을 자신에게 필요한 것으로 만드는 원리들이 있다.
— 「『도덕감정론』 1부 1편 1장 (서두)
It is not from the benevolence of the butcher, the brewer, or the baker that we expect our dinner, but from their regard to their own interest.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하는 것은 푸줏간·양조장·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그들이 자기 이익을 돌보기 때문이다.
— 「『국부론』 1편 2장
led by an invisible hand to promote an end which was no part of his intention.
그는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의도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자신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증진하게 된다.
— 「『국부론』 4편 2장
Consumption is the sole end and purpose of all production.
소비는 모든 생산의 유일한 목적이다.
— 「『국부론』 4편 8장
같은 업종의 사람들은 좀처럼 모이는 법이 없지만, 일단 모이면 그 대화는 대중에 맞선 음모나 값을 올리려는 모의로 끝나기 마련이다.
— 「『국부론』 1편 10장

오늘 우리에게

AI 시대 — 시장·분업·공감을 다시 읽는다

250년 전 상업사회의 여명을 지켜본 스미스가 오늘 청소년에게 말을 겁니다. 플랫폼 알고리즘이 자원을 배분하고, AI가 노동을 나누며, 온라인에서 낯선 이들이 거래하는 지금 — 그의 '보이지 않는 손'과 '분업', 그리고 '공감'은 오히려 더 날카로운 질문이 됩니다. 다만 그의 통찰을 오늘의 쟁점과 잇는 일은 '확정된 정답'이 아니라 '함께 생각해 볼 실마리'로 받아 주세요.

보이지 않는 손

플랫폼 알고리즘·자생적 질서 vs 설계

누가 지휘하지 않아도 수많은 개인의 선택이 질서를 만든다는 통찰은, 추천 알고리즘과 가격 자동화가 사회를 조율하는 오늘을 비추어 보게 합니다. 동시에 '그 손은 정말 공정한가'를 묻게 하지요.

분업의 우둔화 경고

AI 자동화와 노동의 미래

분업이 생산력을 키우되 노동자를 단순 반복에 가둔다는 스미스의 경고는, 일이 잘게 쪼개지고 자동화되는 시대에 '인간을 지키는 교육'이 왜 필요한지를 말해 줍니다.

공정한 관찰자

SNS 군중·익명성 시대의 양심

내 안의 공정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본다는 생각은, 좋아요와 익명 댓글에 휩쓸리기 쉬운 지금 '누구의 눈으로 나를 평가할 것인가'를 되묻게 합니다.

자기 이익과 도덕적 전제

'시장 만능주의'라는 오해 바로잡기

스미스는 결코 '탐욕은 선'이라 말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이익은 공감과 정의라는 도덕적 울타리 안에서만 사회를 이롭게 한다 — 이는 무한 경쟁을 정당화하는 논리에 대한 반론이 됩니다.

중상주의 비판

보호무역·경제 민족주의의 재부상

'수출은 선, 수입은 악'이라는 중상주의를 스미스는 반박했습니다. 관세 전쟁과 자국 우선주의가 되살아나는 오늘, 무역이 제로섬인지 상호 이익인지 다시 생각해 볼 자료입니다.

국가의 세 가지 의무

시장이 못 하는 일 — 공교육·공공재

스미스조차 국방·사법·공교육은 시장에 맡길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무엇을 시장에, 무엇을 공공에 맡길 것인가라는 오래된 물음의 출발점입니다.

스미스를 '자유방임(laissez-faire)의 원조'로만 소개하는 것은 절반의 진실입니다. 그는 상인·제조업자들이 대중에 맞서 담합한다고 경계했고(1편 10장), 그들이 내놓는 새 상법(商法)은 '깊은 경계심을 갖고 들어야 한다'고 했으며, 노동자보다 고용주가 담합에 유리하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공교육과 누진적 성격의 과세 원칙도 옹호했지요. 동시에 그가 노예무역·식민지 문제를 다룰 때는 18세기의 한계도 함께 읽어야 합니다. 그의 사상은 좌우 어느 진영도 통째로 자기 것이라 주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이제 당신 차례

이제, 애덤 스미스와 직접 만나보세요

당신은 일곱 개의 방을 모두 둘러보았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인간의 공감을 먼저 살핀 도덕철학자이자, 그 위에서 시장이 어떻게 모두를 풍요롭게 하는지를 밝힌 경제학의 아버지입니다. 그는 자기 이익과 배려가 한 인간 안에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평생 물었습니다. '바로 대화하기'에서 그가 당신의 질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시장이든, 공감이든, 혹은 '내가 남기고 싶은 부(富)란 무엇인가'든.

이런 이야기를 들고 오세요

그대로 옮겨 적어도 됩니다.

  • '보이지 않는 손'은 정말 이기심만으로 세상이 좋아진다는 뜻인가요?
  • 선생님은 공감을 말했는데, 시장에서는 왜 자기 이익을 좇으라고 하시나요?
  • 분업이 생산성을 높인다면, 왜 노동자가 '우둔해진다'고 걱정하셨나요?
  • 물은 생명에 꼭 필요한데 왜 다이아몬드보다 쌀까요? (가치의 역설)
  • AI가 일을 다 나눠 맡는 시대에, 사람은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 나라의 진짜 부(富)는 쌓아 둔 돈인가요, 국민이 누리는 삶인가요?

선생님 · 담당자를 위한 안내

교과 어디에서 만나나요

고교 사회·경제 교과에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사상적 출발점으로 다뤄집니다. 통합사회의 '시장경제·자본주의 전개' 단원과 「경제」의 시장가격 결정 원리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자주 등장하며, 「윤리와 사상」에서는 흄과 함께 도덕감정론의 맥락으로 연결됩니다.

애덤 스미스 교과 연계표
과목학년단원비중
고1 통합사회고1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전개(상업→산업자본주의)빈출 ⭐⭐
고교 경제고2-3시장가격 결정·'보이지 않는 손'·자유무역빈출 ⭐⭐
수능 윤리와 사상고2-3자유주의·도덕감정론(흄–스미스 연계)가끔
수능 생활과 윤리고2-3직업 윤리·분업과 노동의 의미가끔
수능 국어(비문학)고2-3인문·사회 지문 — 시장·분업·가치론빈출
세계사고1-2산업혁명·근대 경제사상의 형성가끔

교과서는 '보이지 않는 손'을 시장경제 원리로 소개하되, 스미스가 공감과 국가의 역할도 함께 강조했다는 점을 균형 있게 다루는 추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