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와 위인들
서양의 현자와 위인지혜의 전당 있음

제러미 벤담

Jeremy Bentham

🕰️ 1748 ~ 1832🏞️ 잉글랜드 · 런던 / 웨스트민스터🎒 중·고학년 눈높이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옳은 규칙은 없다고 그는 말했다.

이 규칙은 정말로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하는가

제러미 벤담 선생님의 첫 인사

안녕하십니까. 제러미 벤담입니다.

저는 「원래 그런 것」이라는 대답을 평생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래되었다고 옳은 것은 아니니까요. 어떤 규칙이든 저는 딱 하나만 물었습니다 — 그래서 이것이 사람들을 정말로 더 행복하게 합니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저는 행복을 재 보려 했습니다. 얼마나 센가, 얼마나 오래가는가, 몇 사람에게 미치는가. 물론 그 계산이 늘 맞는 것은 아닙니다. 틀린 곳을 찾아 주신다면 오히려 반갑겠습니다.

오늘 당신이 「이건 좀 이상한데」 하고 느낀 규칙이 있습니까? 함께 저울에 올려 봅시다.

먼저 알아 두면 좋아요

이분은 이런 고민에 말 걸어 줍니다

거창한 질문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아래 문장 중 하나를 그대로 들고 가도 대화는 시작됩니다.

  • 행복을 정말 숫자로 잴 수 있나요?
  • 다수를 위해서라면 소수는 손해를 봐도 되나요?
  • 동물도 사람처럼 배려해야 하나요?
  • 인권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건가요?
  • 규칙이 이상해 보여도 그냥 따라야 하나요?
  • 누가 보고 있으면 왜 행동이 달라질까요?

어떤 분인가요

공리주의의 창시자 · 행복을 저울에 올려 세상을 다시 설계하려 한 법 개혁가

오늘 저자와의 대화에 제러미 벤담을 모셨습니다. 반갑게 맞아 주세요. 그는 세 살에 라틴어를 배우고 열두 살에 옥스퍼드에 들어간 신동이었지만, 아버지의 뜻대로 변호사 자격까지 얻고도 법정에 서기를 끝내 거부한 사람입니다. 대신 그는 여든이 넘어서까지 하루 열 장에서 스무 장씩 원고를 써서, 낡은 법과 제도를 뿌리부터 다시 설계하려 했습니다. '행복은 계산할 수 있다'고 진지하게 믿었고, 죽어서는 자기 시신을 '오토아이콘'으로 보존하게 해 지금도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에 앉아 있는 괴짜이기도 합니다. 일곱 개의 방을 따라 그가 살았던 산업혁명기 영국, 블랙스톤에 대한 환멸과 파놉티콘의 좌절, '고통과 쾌락이라는 두 주권자'로 시작하는 공리의 원리, 그리고 '그들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라는 동물을 향한 물음까지 차근차근 둘러보며 그를 알아가 보세요.

1748년 런던의 변호사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걸음마를 뗄 무렵 아버지 책상에서 여러 권짜리 역사책을 읽는 것이 발견되었고, 세 살에 라틴어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여러 악기도 능숙하게 다루었습니다.

아버지의 꿈은 아들이 언젠가 나라의 최고 법관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열두 살에 옥스퍼드에 들어가 법을 공부했지요. 그런데 정작 법을 배우던 그는 영국 법이 낡고 모순되며 빈말투성이라고 판단했고, 변호사 자격을 얻고도 법정에 서지 않기로 합니다. 법을 실천하는 대신 법에 관해 쓰기로 한 것입니다.

1789년 최대 저작 『도덕과 입법의 원리 서설』을 펴냈고, 이후 40년 가까이 웨스트민스터에 은둔하며 오직 쓰는 일에 몰두했습니다. 여든이 넘어서까지 하루 열 장에서 스무 장씩 써서, 오늘날 남은 원고가 약 10만 쪽에 이릅니다. 필요하면 단어까지 만들어 냈는데 'international(국제적)'이 그의 발명품입니다.

만년에는 보통선거와 비밀투표, 감옥과 빈민 구제의 개혁, 동물 복지처럼 당대로서는 대단히 앞선 것들을 주장했습니다. 1832년 여든넷으로 세상을 떠났고, 유언에 따라 그의 유해는 지금도 런던의 한 대학 건물에 앉아 있습니다.

살던 시대

낡은 법과 새 기계가 부딪치던, 모든 것을 다시 묻던 시대

18~19세기 영국 · 산업혁명과 두 시민혁명(프랑스·미국)의 대변동기

태어남 (런던 스피탈필즈) · 1748
열두 살에 옥스퍼드에 들어감 · 1760
『정부론 단편』을 익명으로 펴냄 · 1776
『도덕과 입법의 원리 서설』을 펴냄 · 1789
『파놉티콘』을 펴냄 · 1791
『헌법전』 제1권을 펴냄 · 1830
세상을 떠남 · 1832

벤담의 생애(1748–1832)는 산업혁명과 프랑스·미국 두 시민혁명이 세계를 뒤흔든 대변동기와 겹칩니다. 증기기관과 공장이 세상을 바꾸고 중산층이 떠오르는 사이, 봉건적 특권과 낡은 법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이 격류 한복판에서 벤담은 아주 단순하고도 급진적인 제안을 내놓습니다 — 모든 제도·관습·법을 '그것이 정말로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하는가'라는 하나의 객관적 잣대로 다시 검사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전통이기 때문에, 신성하기 때문에, 늘 그래 왔기 때문에라는 대답을 그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정치적으로 영국은 조지 3세 치세의 토리·휘그 대립기였고, 법제는 여전히 판례법(common law)과 봉건적 잔재가 지배했습니다. 벤담은 이 '낡은 법 체계와 세습 지주 계급의 경제 지배'를 사회 문제의 근원으로 보았습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의 인권 선언은 그의 자연권 비판(『무정부적 오류들』)을 촉발했고, 반대로 그가 평생 주장한 의회 개혁은 그가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날 국왕의 재가를 앞둔 1832년 제1차 선거법 개정(Reform Act)으로 결실을 맺습니다.

같은 시대를 살던 사람들

  • 윌리엄 블랙스톤 (William Blackstone, 1723–1780)『영국법 주해』의 저자이자 전통 옹호 법학의 대표 — 벤담이 평생 비판 대상으로 삼은 인물
  • 새뮤얼 벤담 (Samuel Bentham, 1757–1831)해군 기술자였던 동생 — 러시아에서 원형 감시 작업장을 고안해 파놉티콘의 원형을 제공
  • 셸번 백작 (Earl of Shelburne, 1737–1805)1781년경 벤담의 후원자가 되어 그를 주요 휘그 정치인·법률가들과 연결한 (뒷날의) 총리
  • 에티엔 뒤몽 (Étienne Dumont, 1759–1829)스위스 출신 제자 — 벤담 저작을 프랑스어로 편집·출판해 대륙에 전파(1792년 프랑스 명예시민 배경)
  • 제임스 밀 (James Mill, 1773–1836)1808~09년경부터의 핵심 동지이자 '철학적 급진파'의 조직자 — 아들 J.S. 밀을 벤담 원리로 교육
  • 존 스튜어트 밀 (John Stuart Mill, 1806–1873)벤담 원리로 자란 제자 세대 — 훗날 쾌락의 '질(質)'을 도입해 벤담의 양적 공리주의를 수정

살아오신 길

안전한 대법관의 길 대신, 낡은 법과 싸운 개혁가로

  1. 1748

    0

    출생 — 런던 스피탈필즈

    유복한 변호사의 아들이자 변호사의 손자로 태어남.

  2. 1751

    3

    세 살에 라틴어 학습 시작

    걸음마 무렵 아버지 책상에서 영국사를 읽던 신동. 여러 악기에도 능함.

  3. 1760

    12

    옥스퍼드 퀸스 칼리지 입학

    아버지가 대법관을 꿈꾸며 열두 살에 대학에 보냄. 1764년 졸업 후 링컨스 인에서 법 수학.

  4. 1776

    28

    『정부론 단편』 익명 출판

    블랙스톤 비판서. 공리를 행위·법의 지도 원리로 처음 공표. 셸번 백작과 연을 맺는 계기.

  5. 1785

    37

    러시아 방문 — 파놉티콘 착상

    동생 새뮤얼이 고안한 원형 감시 작업장을 감옥 설계로 발전시킴.

  6. 1789

    41

    『도덕과 입법의 원리 서설』 출판

    인쇄 1780·출판 1789. 공리의 원리·쾌락 계산·동물 각주를 담은 최대 이론적 저작.

  7. 1791

    43

    『파놉티콘』 출판

    감시의 집 구상을 책으로. 이후 20년간 실제 건설을 시도하나 좌절.

  8. 1792

    44

    아버지 사망 · 재정 독립

    이후 웨스트민스터에서 40년 은둔 집필. 같은 해 프랑스 공화국 명예시민이 됨.

  9. 1808~09

    60

    제임스 밀과 결합 · 정치 급진화

    '철학적 급진파'의 중심이 되어 보통선거·비밀투표·법 개혁 운동에 나섬.

  10. 1812~13

    65

    파놉티콘 최종 좌절 · 정부 보상

    정부가 밀뱅크 교도소로 대체하고 약 2만 3천 파운드를 보상하며 계획 종결.

  11. 1830

    82

    『헌법전』 제1권 출판

    대의 민주주의·보통선거·행정 개혁을 담은 만년의 집대성.

  12. 1832

    84

    별세 — 선거법 개정 하루 전

    유언에 따라 시신을 오토아이콘으로 보존. 지금도 UCL 학생회관에 안치.

사건 ①: 블랙스톤에 대한 환멸 — 안전한 성공을 버리다

아버지의 각본은 완벽했습니다. 열두 살에 옥스퍼드, 이어 법학원, 그리고 언젠가 대법관. 그러나 법을 배우던 벤담은 당대 최고 권위자 블랙스톤의 강의에서 영국 법이 '낡고 모순되며 허구투성이'임을 보았습니다. 그는 변호사 자격을 얻고도 법정에 서기를 거부하고, 낡은 법을 비판하고 다시 설계하는 험로를 택합니다. '실패한 법률가'가 아니라 법 체계 자체에 대한 확신 있는 거부였고, 이것이 그의 평생 과업의 출발점이 됩니다.

사건 ②: 파놉티콘 — 20년과 재산을 삼킨 감옥의 꿈

1785년 러시아에서 얻은 감시의 집 구상에 벤담은 인생을 걸었습니다. 그는 이 감옥이 잔혹한 처벌을 줄이고 교화와 효율을 높이는 '더 인도적인 개혁 시설'이 되리라 믿으며, 20년간 자기 돈까지 쏟아부어 정부를 설득했습니다. 감옥 부엌에서 쓸 저비용 고영양 요리법까지 재료비를 계산해 준비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계획은 끝내 좌절했고, 보상금만 받은 채 접어야 했습니다. 훗날 이 실패한 감옥은 푸코를 거쳐 감시 사회를 논하는 가장 유명한 은유가 됩니다.

사건 ③: 오토아이콘 — 죽어서도 던진 마지막 질문

무신론자였던 벤담은 교회 묘지에 묻히기를 거부하고, 자기 시신을 외과의사에게 해부하게 한 뒤 뼈대에 옷을 입혀 '오토아이콘(스스로가 자신의 초상)'으로 보존하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UCL은 이를, 그가 대중에게 마지막 철학적 질문 — '왜 종교가 삶과 죽음에 관한 사회적 관념을 결정하는가' — 을 던지려 한 것으로 풀이합니다(확정된 사실이 아닌 유력한 추정). 죽어서도 대학 복도에 앉아 있는 이 기이한 존재는 그의 삶에 어울리는 마지막 문장입니다.

핵심 생각

공리의 원리 · 쾌락 계산 · 자연권 비판 · 동물 윤리 · 파놉티콘

어려운 한자말은 뜻을 먼저 적고 한자는 괄호에 넣었습니다. 뜻만 알아도 충분합니다.

벤담 철학 전체를 하나의 발상으로 압축하면 공리의 원리(the principle of utility)입니다. 어떤 행위·법·제도가 옳은지는 그것이 관련된 이들의 행복(쾌락)을 실제로 얼마나 늘리고 고통을 줄이는가로 판단하라는 것입니다 — 전통이나 권위가 아니라 오직 결과로 말입니다. 이 하나의 잣대에서 그의 사상이 갈래를 칩니다. 인간 본성에서는 사람이 '고통과 쾌락'이라는 두 주인의 지배를 받는다고 보았고(심리적 쾌락주의), 도덕·입법에서는 그 행복을 강도·지속성 등으로 잴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쾌락 계산). 여기에는 '각자는 하나로 셈하고 누구도 하나 이상으로 셈하지 않는다'는 평등 전제가 깔려 있어, 공리주의를 본래 급진적 평등·개혁 사상으로 만듭니다. 권리·법에서는 정부 이전의 자연권을 '죽마 위의 헛소리'라 비판하며 법을 주권자의 명령으로 본 법실증주의로 나아갔고, 도덕의 경계에서는 이성이나 언어가 아니라 '고통을 느끼는 능력'을 기준으로 삼아 동물까지 고려에 넣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도 설계에서는 감시와 규율로 효율을 높이는 파놉티콘을 구상했습니다. 관통하는 이념은 하나 — '낡았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함을 견디지 말라'는 개혁 정신입니다.

공리의 원리 (최대행복 원리)

The Principle of Utility · greatest happiness principle

어떤 행위든, 그 이해가 걸린 당사자의 행복을 증대 또는 감소시키는 경향에 따라 승인하거나 부인하는 원리입니다. 벤담은 이것이 '모든 행위 일반'에 적용된다고 강조했고, 계산에서 '각자는 하나로 셈한다'는 평등을 요구했습니다. **[통념 교정]** 정작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표어는 벤담의 창안이 아니라 프랜시스 허치슨(1726)·베카리아(1764)에게서 이미 쓰인 것으로, 벤담의 공헌은 문구의 발명이 아니라 반세기에 걸친 체계화·적용에 있습니다.

공리의 원리란, 당사자의 행복을 증대 또는 감소시키는 경향에 따라 모든 행위를 승인하거나 부인하는 원리다 — 『도덕과 입법의 원리 서설』 1장

두 주권자 — 쾌락과 고통

Two sovereign masters, pain and pleasure

벤담 윤리학의 출발점은 인간 본성에 대한 하나의 주장입니다. 자연이 물리 법칙으로 설명되듯, 인간 행동은 쾌락과 고통이라는 두 근본 동기로 설명된다는 심리적 쾌락주의입니다. 결정적 특징은, 쾌락·고통이 행동의 '원인'인 동시에 '선(善)의 기준'이 된다는 점 —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는가'와 '무엇이 좋은가'가 하나로 묶입니다.

자연은 인류를 두 주권적 주인, 곧 고통과 쾌락의 지배 아래 두었다 — 『도덕과 입법의 원리 서설』 1장 첫 문장

쾌락 계산 (felicific calculus)

Felicific / Hedonic Calculus

벤담은 쾌락과 고통을 객관적으로 측정·비교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 기준은 강도·지속성·확실성·근접성·다산성·순수성, 그리고 집단에 적용할 때의 범위까지 통상 7가지입니다. 이로써 도덕을 감정이나 권위가 아니라 공개적 계산의 문제로 바꾸려 한 것으로, 오늘날 비용편익 분석·정책 평가·후생경제학의 먼 조상입니다. 다만 쾌락을 정말 수치화·통약할 수 있는가는 생전부터 이어지는 핵심 비판점입니다. **[학계 논쟁 지속]**

쾌락과 고통의 값은 강도·지속성·확실성·근접성·다산성·순수성으로 잰다 — 『도덕과 입법의 원리 서설』 4장 취지

자연권 비판과 법실증주의

Nonsense upon stilts · Legal positivism

벤담에게 권리는 법이 창조하고, 법은 주권자의 명령일 뿐입니다. 따라서 정부 이전에 존재한다는 '자연권'은 성립하지 않으며, 그는 이를 '죽마 위에 올라선 헛소리'라 불렀습니다. 이것이 제자 존 오스틴이 발전시킨 법실증주의의 초기 형태입니다. **[통념 교정]** 다만 그가 부정한 것은 '자연적·초법적 권리'이지 권리 자체가 아니어서, 전반적 행복에 이바지하는 한 '법적 권리'는 보호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자연권이란 순전한 헛소리다. 불가침이라는 권리는 곧 죽마 위에 올라선 헛소리다 — 『무정부적 오류들』

나머지 3가지 생각은 「지혜의 전당」에서 →

이분의 말

  • 공리의 원리(the principle of utility) — 옳고 그름은 그 결과가 행복을 늘렸는가로 잰다
  • 두 주권자(pain and pleasure) —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고통과 쾌락
  • 쾌락 계산(felicific calculus) — 세기·길이·확실함 같은 잣대로 행복을 재 보기
  • 각자는 하나로 셈한다 — 누구의 행복도 특별 대우하지 않는다
  •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sentience) — 배려의 경계를 정하는 기준
  • 허구 이론(theory of fictions) — 말이 실제를 가리키지 못하면 버려라
  • 자연권 비판 — 권리는 하늘이 아니라 법이 만든다
  • 파놉티콘(panopticon) — 보이지 않는 눈이 사람을 스스로 단속하게 만든다

남기신 글

'완벽한 법전(pannomion)'을 향한 평생의 설계

벤담의 저작 세계는 그가 평생 추구한 하나의 목표 — 공리의 원리 위에 세운 완전한 법 체계, 곧 '판노미온(pannomion, 모든 법을 아우르는 법전)' — 를 축으로 볼 때 가장 선명합니다. 그에게 저술이란 사변이 아니라 '세상을 고쳐 쓰기 위한 설계도'였습니다. 다만 그는 방대하게 썼으나 정작 출판에는 무심해서, 상당수 저작이 제자들(뒤몽·보링)의 편집을 거치거나 사후에 세상에 나왔습니다. 오늘날 UCL Bentham Project가 약 80권 분량의 결정판을 아직도 편찬하고 있습니다. 아래 다섯 권은 SEP·IEP·UCL이 공통으로 비중 있게 다루는 저작입니다. (⭐ 표시는 이 도서관에 원전이 준비되고 있는 책입니다.)

도덕과 입법의 원리 서설 ⭐

1789 (인쇄 1780)

An Introduction to the Principles of Morals and Legislation

벤담의 최대 이론적 저작. '고통과 쾌락이라는 두 주권자'로 시작해 공리의 원리, 쾌락 계산, 그리고 '그들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라는 동물 각주까지, 고전적 공리주의의 기본 요소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원래는 형법전을 위한 서설(입문)로 기획된, 벤담 법전 프로젝트의 이론적 토대입니다.

정부론 단편

1776

A Fragment on Government

스물여덟의 벤담이 익명으로 펴낸 첫 주요 저작. 블랙스톤의 전통 옹호 법학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공리(행복 증진)를 사회 제도를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로 처음 공표했습니다. 자연권·자연상태·사회계약 같은 '법적 허구'를 거부한, 근대 법 개혁 운동의 출발 신호탄입니다.

파놉티콘, 또는 감시의 집

1791

Panopticon; or, the Inspection-House

시선의 비대칭으로 수감자가 스스로를 규율하게 만드는 감시의 집 구상. 벤담은 이를 더 인도적이고 경제적인 개혁 시설로 믿고 20년간 실현을 시도했으나 좌절했습니다. 훗날 푸코가 근대 규율 권력의 상징으로 재해석하면서, 오늘날 감시 사회를 논하는 가장 유명한 은유가 되었습니다.

파놉티콘의 원형을 처음 고안한 사람은 동생 새뮤얼 벤담이며, 제러미는 이를 보편 원리로 이론화했습니다. 또한 이 설계를 특정 현대 국가·정권·정파의 감시 체제와 곧바로 등치시키지 말고, '선한 의도의 설계가 어떻게 통제의 도구로 재해석될 수 있는가'라는 열린 윤리 문제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무정부적 오류들

1816 (1791~95 집필)

Anarchical Fallacies

프랑스 혁명의 인권 선언을 논박한 저작. '자연권은 죽마 위의 헛소리'라는 유명한 문장이 여기 있습니다. 권리는 법이 창조하고 법은 주권자의 명령이므로 정부 이전의 자연권은 없다는 논지로, 자연권 개념에 대한 가장 유명한 철학적 공격으로 꼽힙니다.

헌법전

1830 (제1권)

Constitutional Code

만년의 벤담이 평생의 개혁 사상을 제도적 청사진으로 결정(結晶)한 저작. 보통선거·비밀투표·행정 개혁을 담은 공리주의적 대의 민주주의 설계로, 벤담이 '민주주의를 공리주의적으로 정당화한 최초의 인물'로 평가되는 근거입니다.

다시 읽는 한 구절

이분이 직접 쓴 문장입니다. 소리 내어 한 번 읽어 보세요.

Nature has placed mankind under the governance of two sovereign masters, pain and pleasure. It is for them alone to point out what we ought to do, as well as to determine what we shall do.
자연은 인류를 두 주권적 주인, 곧 고통과 쾌락의 지배 아래 두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를 지시하는 것은 오직 이 둘뿐이다.
— 「『도덕과 입법의 원리 서설』 1장
By the principle of utility is meant that principle which approves or disapproves of every action whatsoever, according to the tendency which it appears to have to augment or diminish the happiness of the party whose interest is in question.
공리의 원리란, 그 이해가 걸린 당사자의 행복을 증대 또는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이는 경향에 따라, 모든 행위를 승인하거나 부인하는 원리다.
— 「『도덕과 입법의 원리 서설』 1장

원전 구절 더 읽기 →

오늘 우리에게

AI 시대 — '행복을 계산한다'는 발상을 다시 읽는다

약 200년 전의 벤담이 오늘 청소년에게 직접 말을 겁니다. '이 제도는 정말로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하는가', '행복은 계산할 수 있는가', '고통을 느끼는 존재를 우리는 어디까지 배려해야 하는가' — 그가 평생 물었던 질문은 알고리즘이 우리의 만족을 대신 계산하겠다고 나서는 오늘 오히려 더 날카로워집니다. 다만 그의 통찰을 현대의 쟁점과 잇는 것은 '확정된 정답'이 아니라 '함께 생각해 볼 자원'으로 제시되는 것임을 기억해 주세요.

쾌락 계산

추천 알고리즘·비용편익 분석·복지 정책 최적화

'최대 다수의 최대 만족'을 최적화하는 알고리즘은 벤담적 계산의 후예입니다. 그 힘(명료성)과 그가 받은 비판(통약 불가·측정 가능성)이 그대로 오늘의 언어가 됩니다.

파놉티콘

CCTV·온라인 추적·데이터 감시·자기 검열

'감시받는지 알 수 없으나 늘 감시받는다 느껴 스스로를 통제한다'는 구조는 디지털 감시 사회의 심리를 정확히 예견합니다. 단, 특정 국가·정파와 등치시키지 않는 중립적 토론이 필요합니다.

동물 윤리 (감각성)

동물권, 그리고 'AI가 감각을 갖는가'라는 물음

'그들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는 인간·동물·AI를 가로지르며 도덕적 고려의 경계를 다시 묻습니다. 감각성을 기준으로 삼는 벤담의 틀은 AI의 도덕적 지위 논쟁에서도 참조됩니다.

AI 시대와 이어지는 자리

'가장 많은 사람의 가장 큰 만족'을 계산해 내놓는 추천 알고리즘은 벤담식 계산의 후예다. 동시에 그가 던진 '그들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는 동물과, 언젠가 감각을 가질지 모를 존재 앞에서 배려의 경계를 다시 묻게 한다.

가르치는 방식

이분은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가져온 문제를 곧바로 저울에 올립니다. 이렇게 하면 누가 얼마나 좋아지고 누가 얼마나 손해를 보는지 하나씩 적어 보게 하지요. 그리고 반드시 마지막에 묻습니다 — 이 계산에서 빠진 사람은 없습니까? 결론을 강요하지 않고, 계산이 놓친 것을 당신이 찾아내면 진심으로 기뻐합니다.

우리 반에서

제러미 벤담 선생님을 만나는 방법

수업이 아니라 만남입니다. 한 번의 만남은 늘 같은 순서로 닫힙니다 — 오늘의 질문 → 현자와의 대화 → 고전 한 구절 다시 읽기 → 오늘 해볼 한 가지.

  • 행복을 저울에 올리다 — 다섯 번의 만남

    혼자 만나기5번의 만남

    행복이란 무엇인가 · 재 볼 수 있는가 · 각자를 하나로 세기 · 소수는 어떻게 하는가 · 나의 결론을 차례로 다룹니다.

    그분과 나, 둘이서

  • 규칙 다시 보기 노트

    마음 일기

    하루에 하나씩 「왜 이렇게 정해졌을까」 싶은 규칙을 적어 두면, 그것을 함께 따져 보는 짧은 답장을 보내 드립니다.

    매일 조금씩 주고받기

  • 그들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 — 함께 이야기

    여럿이 함께

    칸트·흄 선생님과 한자리에 앉아 '어디까지 배려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합니다.

    여러 분과 한자리에

더 깊이

제러미 벤담 선생님의
「지혜의 전당」이 열려 있습니다.

일곱 개의 방을 차례로 걸으며 한 사람의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봅니다. 마지막 방에서 그분이 당신에게 묻습니다 —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1. 오늘 모실 분
  2. 살던 시대
  3. 살아오신 길
  4. 핵심 생각
  5. 남기신 글
  6. 오늘 우리에게
  7. 이제 당신 차례
「지혜의 전당」 들어가기 →

대화를 시작하려면

제러미 벤담 선생님과 이야기하려면
우리 반에 들어오세요.

여기는 강의실이 아니라 만나는 자리입니다. 우리 반에 들어오면 다섯 번의 만남, 여러 분과 함께하는 이야기, 매일의 마음 일기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소개 · 남기신 글 · 「지혜의 전당」은 지금도 그냥 둘러볼 수 있어요.